남편이 갓성비 위스키로(?) 애정하는 위스키가 있다. 조니워커 그린라벨. 다른 위스키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였지만, 조니워커 그린라벨 역시 1년전까지만 해도 못구하는 술이었다. 2년전 쯤이었나, 그냥 별 생각 없이 마트에 들러서, 별 생각 없이 쉽게 사서 마시던 그 위스키가 작년에는 시중에서는 물론이고 공항에서 구할 수 있는 아일랜드 그린 조차도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가격은 가격대로 천정부지로 올라서, 7만원 선에 사던 위스키는 어느새 10만원, 12만원이 되어있었다. 지금이야 뭐, 그랬던 적이 있었지 정도 하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당시를 회상하며 인터넷을 조금 찾아보았는데, 2020년대 초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조니워커 그린라벨은 5~7만원 정도 하는 술이었다고 한다. 15년급 이상의 싱글몰트를 블렌딩한 데다가, 네이밍밸류까지 좋은 그린라벨이 다른 위스키들에 비해 너무나도 저가로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유명 유튜버, 까페, 인터넷에서 극찬을 받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조니워커는 그대로 품절대란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디아지오코리아에서 2022년에 2번, 2023년에 1번 더 가격을 올리며 현재의 8~9만원대 가격으로 만들었고, 이제는 더이상 '갓성비'라고 부르기까진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남편은 즐겨 마시던 그린라벨을 마시지 못하게 되어 아쉬움이 있었는데 마침 면세점을 들른 지인이 '아일랜드 그린'을 꽤나 합리적인 가격(당시 7만원대)에 구해줄 수 있다고 해서, 고마운 마음에 부탁을 해서 아일랜드 그린 1리터를 구했다. 당시에는 '아일랜드 그린'은 그냥 '그린라벨'이 리뉴얼 하면서 이름을 바꿨나보다 하고 말았었는데(이름 빼고는 모든 디자인이 똑같았기 때문에) 나중에 알고보니 '아일랜드 그린'이라는 건 면세점 전용 상품을 의미하는 거였다.
이렇게 헷갈리는 '아일랜드 그린'은 대체 왜 만들었을까. 맛도 다르면서. 그건 조니워커 그린라벨과 아일랜드 그린이 조니워커 라인업 중 유일하게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라서 그렇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겠지만,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라는 건 그레인 위스키를 전혀 섞지 않고 100% 몰트(보리) 위스키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위스키를 뜻한다. 일반 블렌디드 위스키(몰트와 그레인이 섞인것)과는 달리 몰트 위스키 특유의 풍부하고 깊은 맛이 있다. 그러니까 둘이 비슷하게 생긴건 맛이 비슷해서가 아니고, 종류가 유사종류라서 그런거고 맛은 전혀 다른데, 부드럽고 조화로운 맛을 원한다면 조니워커 그린라벨, 강렬한 스모키함과 피트함을 원한다면 아일랜드 그린을 마시는 것이 적합하다.
조금 더 자세히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조니워커 그린라벨 | 조니워커 아일랜드 그린 | |
유통 방식 | 일반 소비자용, 시중 구입 가능 | 면세점 전용상품 |
숙성연수 | 15년 이상 | NAS(No Age Statement, 숙성연수 미표기) |
가격 및 용량 | 8~9만원대/700ml | 9~10만원대/1L (700ml 제품 없음) |
도수 | 43% | 43% |
블렌딩 몰트 | 탈리스커, 링크우드, 크라겐모어, 쿨일라 등 복합적이고 균형잡힌 맛을 제공 |
카듀, 글렌킨치, 크라이넬리쉬, 쿨일라 등 쿨일라의 비중이 높아 피트향이 강함. |
맛의 차이 | 조화로운 과일향, 은은한 스모키함, 스파이스와 견과류 향, 균형 잡힌 피니쉬 | 강력한 피트와 스모키함, 짭쪼름한 바다의 풍미, 스모키한 피니쉬 |
● 스모키함의 강도 : 그린라벨은 은은한 스모키함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아일랜드 그린은 피트향과 스모키함이 훨씬 강하고 지배적임 ● 과일향의 유무 : 그린라벨은 과일향과 스파이스가 조화를 이루어 부드럽고 균형잡힌 맛을 제공하지만, 아일랜드 그린은 과일향보다 스모키함과 바다의 짠맛이 강조되어 강렬한 개성을 띔 ● 피니시의 성향 : 그린라벨은 다양한 향이 부드럽게 피니쉬를 이끄는 반면, 아일랜드 그린은 피트와 스모키함이 오래 남아 강렬한 피니쉬를 제공함. |
이런 줄도 모르고 조니워커 아일랜드 그린을 사서 '전과 다른 맛'에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피트함'을 즐기는 남편의 입장에서 아일랜드 그린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고 이후 '그린라벨'의 물량도 풀리게 되었다. 혹시나 누군가 '아일랜드 그린'을 면세점에서 사려고 한다면, '아일랜드 그린'이 피트(보통 호불호를 많이 탄다)한 위스키이기 때문에, 한번쯤 질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혹시 아일랜드 그린과 그린라벨의 차이점에 대해 아시느냐고. :)
'▶ 모으기 > 술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귤스키 온더락! 진짜로 맛이 다를까? SNS 따라하기🍷 (0) | 2024.12.02 |
---|---|
칵테일에 풍미 한방울 추가! 비터스(Bitters) 이야기 (0) | 2024.11.21 |
위스키로 할 수 있는 가장 독특한 사치, 조니워커 블랙라벨 케이크 (1) | 2024.11.19 |
2024년 연말 술 선물 추천 리스트 (주종, 금액대별 추천) (1) | 2024.11.09 |
몬테 알반(Monte Alban)에는 왜 벌레가 들어있을까? (0) | 2023.02.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