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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기/위스키

내 쓸쓸함은 오천원을 넘지 않아, 짐빔 블랙

by 영육이네 2024. 11. 15.

짐빔 블랙 엑스트라 에이지드 버번.

 

 몇달 전에 재밌게 봤던 역주행중인 광고가 있었다. 한 남자가 바에 들어서면서 '여기 쓸쓸함 한 잔 주시오.' 라고 하면서 시작되는 이 광고는 삼성카드의 2년전 광고이다. 다짜고짜 바에 들어와서 쓸쓸함 한 잔을 주문하는 남자. 잔 당 5만원짜리 비싼 술을 권하는 바텐더에게 '난 조금 저렴하게 쓸쓸하고 싶은데' 라고 한다. 여전히 고가의 술을 권하는 바텐더에게 결국, 남자는 '내 쓸쓸함은 오천원을 넘지 않아' 라고 한다.

삼성카드의 '취향저격' 카드를 광고했던 2년 전 광고. 얼마 전 역주행 중이었다. (출처: 삼성카드)

 
 그리고 현실세계도 가을이 되었다. 남자도 여자도 노인도 어린이도 쓸쓸함을 느끼는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고 인간은 쓸쓸하다. 그런 계절이 왔다. 조만간 있을 술 약속에 콜키지 프리인 식당을 가기로 했었는데, 어떤 위스키를 가져가서 나눠마시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짐빔 블랙을 마음속에 떠올렸다. 너와 나의 쓸쓸함이 오천원을 넘지 않는 그 술. 적당히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은 쓸쓸하고 깊고 중후한 그 술.
 
 물론 짐빔 블랙을(글라스로 파는 곳도 많지는 않다만) 바에서 잔술로 마시려면 당연히 기본 1만원 이상은 한다. 정말로 바에서 주종을 막론하고 잔술로 사 마신다면, 만원 이하의 술을 찾기는 쉽지 않고 오천원을 넘지 않는다면 정말로 생맥주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내가 말하는 잔술 짐빔블랙의 가격은, 시중에서 파는 짐빔블랙 1병의 가격을 1잔 당 가격으로 환산했을 때의 가격이다.
 
 짐빔 블랙은 시장가로 4만원 중반대~5만원 중반대 정도 하는 술이다. 700ml에 그 정도 하니까, 5만원으로 어림잡아 계산하면 ml 당 71.43원이다. 그러니까 한 잔(약 1.5온스, 43ml)으로 환산해서 계산해본다면 약 3,125원 정도 하는 셈이다. 5.5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는 ml당 78.57원, 한 잔에 3,379원. 후하게 쳐서 1잔을 60ml로 계산한다고 해도 4,714원이다. 그러니까 이 쓸쓸함은 정말로, 5천원이 넘지 않는 쓸쓸함이다.
 
 남편은 일본 여행을 가서도 짐빔 블랙을 사올 정도로 짐빔블랙의 맛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맛 좋은 그 술이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2만원대 정도(아, 요즘은 USD환율이 올라 그정도까진 아닐지도 모르겠다)이기 때문에 까페에서 마시는 커피 만큼을 마셔도 5만원이 안되는 돈으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술이 되는데 심지어 이 술은 5만원대인 국내 가격으로 생각해봐도 맛과 밸런스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술이다. 이 제품은 짐빔 화이트 라고 불리는 짐빔의 표준 버번 위스키보다 더 오래된 고숙성 레이블 시리즈의 일부라서 최소 8년 이상 숙성된 버번 위스키를 사용하며, 부드러운 바디와 감미로운 맛, 그리고 적당한 가격대로 인기가 높다. 버번위스키라 호불호가 크지 않고, 그리고 무엇보다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이런 점들이 내가 조만간 있을 콜키지 프리 약속에 가져갈만한 술로 떠올린 이유가 아니었을까.
 
짐빔 블랙의 맛을 좀 더 상세히 표현하자면 이렇다.
 

챗지피티가 시각화해준 짐빔블랙의 테이스팅 노트. 진하고 강렬한 선이 인상적이다.

 
테이스팅 노트
 
색상 : 깊은 호박색 (Deep Amber)
아로마 : 달콤한 바닐라와 캐러맬이 느껴지며, 점차적으로 구운 오크 나무와 스파이시한 노트가 올라옴. 오랜 숙성에서 오는 토피와 버터스카치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이 코를 감싸며, 섬세한 말린 과일과 약간의 초콜릿 향이 뒷받침되고, 오크의 묵직한 향이 중심을 잡아주어 안정된 느낌을 줌.
테이스트 : 첫 모금에서 강렬한 캐러멜과 토피의 단맛이 입 안에 풍부하게 퍼지며, 짙은 바닐라와 함께 달콤하고 무거운 느낌을 줌. 이어서 검은 후추와 시나몬의 스파이시함이 혀를 자극하며, 깊은 구운 오크와 견과류의 고소함이 뒤따라 오랜 숙성의 복합적인 맛이 느껴짐. 가벼운 코코아의 풍미도 느껴져 맛의 균형을 잘 맞추며, 짐빔 오리지널보다 진하고 견고한 느낌을 줌.
피니쉬 : 중간에서 긴 편으로, 달콤한 바닐라와 스파이시한 오크의 여운이 남음. 마지막까지도 짙은 캐러멜과 약간의 스모키한 향이 은은하게 남아,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마무리를 제공함.

질감 : 비교적 부드럽고 진한 질감을 가지고 있어, 목을 넘어가는 느낌이 매끄럽고 기분 좋게 남는다. 오랜 숙성 덕분에 보다 무게감 있는 바디감을 느낄 수 있으며, 가벼운 오리지널 라인과 달리 입안에 남는 묵직한 여운이 지속됨.

 

 
5만원대로 구할 수 있는 술들(조니워커 더블블랙, 짐빔, 메이커스마크 등) 중에 호불호를 타지 않고, 가장 밸런스가 좋고 가성비가 좋은 위스키를 꼽으라면 나는 이 제품을 꼽을 것 같다. 그런의미에서 올 가을 쓸쓸함은 너로 정했다.🍂

 

 

 

+덧. 쓸쓸함 광고 맛에 심취한 남편이 남겨준 짐빔 블랙 하이볼 만들어 먹는법🍋 🍸 🍹

어.. 그렇다고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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