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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기/전통주

내가 오늘 먹은 출렁다리 출렁주는 막걸리일까, 동동주일까?

by 영육이네 2024. 2. 10.

속초 중앙시장에서 사온 닭강정, 삼식이회, 오징어순대, 감자전 그리고 남편이 해준 유부초밥. 술도 안주도 리조트도 내돈내산.

 

사실 찔려서(?) 쓰자면 이 이야기는 그냥 잘 먹고 잘 놀다온 김에 써보는 포스팅이다. 지난 주에 회사 제휴 프로모션으로 양양에 있는 리조트를 다녀왔고 가는 김에 속초에 들러 막걸리, 아니 동동주를 한 병 사갔는데 너무 맛이 좋아서 쓴다는 그런 이야기. 여행지, 특히나 온수풀에 몸을 불린 후에 시원한 동동주 한 잔을 먹으면 뭔들 맛이 없겠냐 싶고, 속초 재래시장에서 산 안주들은 또 얼마나 기가 막힌데.. 이게 지독한 편파판정이 아니냐 싶은 요소가 넘쳐나지만.. 그래도 아무튼 먹은 사람(나와 남편)이 맛있었고, 나는 블로그를 하고있으니 남겨보는 그런 '겸사겸사' 포스팅이다.

노란 색상이 예쁜, 출렁다리 출렁주. 동동주가 맞을까?

 

나는 구황작물을 좋아한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 구황작물의 천국인 강원도는 나에게는 거대한 맛집 그 자체인 셈. 이번에 강원도를 가면서 (지난 해 세어보니 28번정도의 비행기를 탔고 5.5개월정도는 한반도를 떠나있었다) 나의 소소한 목적 중 하나는 맛있는 옥수수를 먹는 일이었다. 감자는 캐나다에도 유럽에도 잔뜩 있었기때문에.. 맛있는 옥수수를 먹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속초 중앙시장을 들어서니, 각종 먹거리들이 있었다. 유명한 오징어순대부터 각종 튀김, 해산물, 젓갈 등등.. 그 중 구황작물로 만들어진거라곤(구황작물 그 자체는 은근히 찾아보기 어렵고) 감자전과 옥수수술빵, 그리고 이 옥수수 동동주였다.

 

중앙시장에서 사온 먹거리들로 상을 차리고, 막걸리 한 잔 세팅 딱 해놓으려고 들어서 자세히 보니, '출렁다리 동동주' 란다. 출렁다리는 그렇다쳐도 동동주라니? 내가 옥수수 막걸리를 사온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서 순간 혼란스러웠다. '동동주'라는 게, 뭐더라?

 

동동주와 막걸리의 차이

 

막걸리와 동동주는 같은 재료와 제조과정을 거친다. 고들고들하게 지은 '고두밥'에 밀로 만든 누룩과 물을 섞고, 2주 간 내버려 둔다. 대부분의 고두밥 알갱이는 누룩 물을 빨아들인 후, 삭으면서 술독 아래로 가라앉고 일부만 표면에 남는다. 이렇게 식혜처럼 동동 뜬 밥 알갱이들을 술과 함께 떠내면 '동동주'가 된다.
그 후로 더 오랜 시간 술을 발효시키면, 술밥이 완전히 아래로 가라앉아 술독 위로 맑은 술만 남게 된다. 이것이 청주가 된다. 청주를 떠내고, 그 아래로 남은 술 찌꺼기인 '지게미'를 체에 걸러 물과 함께 섞으면 그것이 바로 '탁주', '막걸리'가 된다.

 

동동주와 막걸리의 차이. 출처: '박록담의 우리술방'

 

동동주의 특징

- 개미처럼 동동 뜬 밥알을 보고 한자로는 '부의주', 한글로는 '동동주'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낸 동동주(약 10도 내외)는 알코올 도수가 청주(14~15도)보다는 낮고, 막걸리(5~6도)보다는 높다.

- 칼로리는 잔 당 65~70kcal 정도.

- 막걸리에 비해 가볍고 깔끔한 느낌을 주며, 더 달달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막걸리의 특징

- '방금 막 거른 술' 이라는 데에서 이름이 막걸리가 되었다.

- 아랫쪽에 진하게 깔린 막걸리가 더 높은 도수일 것 같지만, 물과 섞어서 농도를 맞추기 때문에 도수는 더 낮다.(5~6도)

- 칼로리는 한잔 당 약 70kcal로, 동동주와 유사하다.

- 동동주에 비해 더 묵직하고 풍부한 맛.

 

그런데 알아보다 보니 우스운 얘기가 있었다. 막걸리에 동동주를 표기해도 식약처의 식품 표기법에 문제가 없다는 것. 동동주가 막걸리보다 어감도 좋고, 물을 타지 않는 제조법 상의 특성 상 더 비싼 술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막걸리에도 동동주라는 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이름 혼용에 무리가 없다. 우리 법은 성분에 따라 술을 탁주와 양주, 청주 등으로 구분하고 있어, 탁주라는 범위 안에 막걸리와 동동주가 함께 속하기 때문에 두 개 제품의 이름을 교차 혼용하여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에탄올함량 6%.. 나의 배신감에 정점을 찍었다..!

 

그럼 내가 먹은 출렁주는 동동주일까, 막걸리일까.

우선 아무리 옥수수 술이라지만 아무것도 떠있지 않았다. 도수도 '6%', 원재료에 적힌 '아스파탐'도 막걸리에서 단맛을 내기 위해 물을 섞으며 주로 쓰는 재료이다. 그러니까 오늘 내가 먹은건 출렁주.. 막걸리였던것이다..!

뭐 아무렴 어떠냐 싶지만 묘한 배신감이 들긴 한다. 묘한 배신감은 들지만.. 포스팅은 해야하기에 '출렁다리 막걸리' 맛을 적으며 포스팅을 마무리해본다.

원주의 출렁다리에서 만들었다는 출렁주. 그건 믿을 수 있을까..

 

테이스팅 노트

색상 : 상아색 (불투명)

아로마, 테이스트, 피니쉬를 나누기가 좀 어렵다.

달고, 옥수수의 단맛이 감돌면서도 막걸리 특유의 맛이 있다. 청주를 조금 따라 먼저 마시고 탁주 부분과 청주 부분을 다시 섞어 먹으면 더 달고 진득한 맛을 볼 수 있다. 여행을 다녀와서 집에 일주일쯤 더 두었다가 마시니 단맛은 조금 더 가라앉고 좀 더 안정감있는 맛이 됐지만 옥수수맛은 조금 사라졌다. 취향 상 처음 먹을때의 강렬한 옥수수맛이 조금 더 낫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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