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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으기/술따라 여행하기(해외)

몬트리올 술 이야기(1) -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규정

by 영육이네 2023. 9. 18.

 출장차 50여일째 몬트리올에 와있다. 요근래 바빠서 블로그를 거의 운영하지 못했지만, 위스키와 각종 술은 나의 관심사인 동시에 남편의 관심사이기도 해서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는 동안에도 공항 면세점, 각종 상점을 불문하고 들르는 모든 곳마다 술 구경을 해왔다(사실상 술은 나보다는 남편의 관심분야이고 나는 안주를 페어링하거나 정보를 아는걸 즐기는 편이라고 늘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늘 같이 구경다니는 편인데, 나 혼자 온 출장이라 한국에 있는 남편한테 많이 보여주고 이런것도 있더라고 알려주고 싶었으니까.

캐나다 몬트리올 코스트코의 와인코너(1)
캐나다 몬트리올 코스트코의 와인코너(2)



 몬트리올에 온지 2주쯤 됐을 때 까지 나는 사실 이 나라 사람들은 술을 즐기지 않는 줄 알았다. 우리나라는 마트 뿐만아니라 편의점을 가도, 벽 한쪽면을 가득 채우는 맥주 냉장고와 다른 벽 한쪽면을 가득 채우는 위스키(와 진, 럼, 데킬라 등등) 그리고 와인이 있는 나라니까, 여기도 당연히 그럴줄 알았다. 현 시점 한국에서 다양한 술 셀렉션을 볼 수 있는 공간은 와인앤모어 같은 전문 판매점도 있지만, 코스트코, 홈플러스, 이마트트레이더스 같은 대형 마트이니까. 그러나 이 나라는 어디서도 그런 라인업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편의점 자체도 많지 않기도 하지만, 편의점에 즐비한 술 셀렉션은 거의 본적이 없다. 심지어 기대감을 가지고 갔던 코스트코에서도 맥주와 와인 뿐이었다. 와인 조차도 한국의 코스트코에 비하면 정말 작은 수준. 여기, 프랑스인이 살다 간 동네가 맞아?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몬트리올에 처음 와본 술쟁이들을 위한 글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술쟁이들은 제 블로그를 보고 가셔서 당황스러운 마음을 조금 줄이시기를.
 

"캐나다는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불법이다."

용감한 외국인의 상징, 무스헤드

 
 정확히 말하자면 공공장소에서의 음주가 불법이다. 주거지, 캠핑장, 그리고 허가를 받은 주류 판매 식당과 행사의 목적으로 일정 기간동안 허가를 받은 구역이 아니면 전부 불법이다.
처음 몬트리올에 출장을 왔던 날, 집에 가기 몇일 전에 맥주 한캔을 사서 몽트로얄 공원(*몬트리올 시내의 거의 유일한 고소 지역이자, 관광 플레이스. 서울의 남산과 유사하다.)에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날 한국식 기분을 내고싶었던 것 같다. 평화로운 공원과 떨어지는 석양, 그리고 기분을 몽글몽글하게 해주는 맥주 한캔. 마트에서 가장 캐나다처럼 생긴 맥주를 한 캔 샀고(*무스헤드), 시원하게 한 캔 따서 마셨다. 석양이 야경이 될 때 까지 천천히 즐기며 마시다 주변을 문득 둘러보았는데 아무도 술 한잔 기울이지를 않았다. 그땐 규정을 몰랐을때라, 이 넓은 몽트로얄 언덕 어딘가에 돗자리를 펴고 가볍게 와인을 한잔 즐길법한 장소가 따로 있나보다 했고, 아무렴 나는 내 식대로 즐겼으니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내려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아찔한 이야기였을지 모른다. 석양 시간대라 그런지 치안을 위해 주변에 경찰들이 꽤 배치되어있었는데 보란듯이 맥주캔을 들고다니며 마시는 외국인이라니. 여긴 동양인도 많지 않아서 그 누구보다도 동양인처럼 생긴 내가 엄청 눈에 띄었을텐데, 무지가 만든 완벽히 용감한 외국인이었다. (물론 "Quebec province: beverages with low alcohol content are allowed when served with food."라는 예외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법은 법이지.)
 캐나다 음주법 상 벌금은 $700~$1,000 CAD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돈이면 이 나라의 좋은 PUB에 가서 시원한 맥주를 10잔정도 사먹을 수 있을 돈이니, 조심하는게 백번 천번 맞다. 어느 프랑스가 나오는 영화에서처럼, 쫙 펼쳐진 잔디밭에 돗자리를 펼치고 앉거나 누워서 와인 한잔을 기울이는 그런건, 진짜 프랑스에 가거든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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