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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기/전통주

드디어 물량 풀렸다! 진하고 깊은 성시경 막걸리, 경탁주

by 영육이네 2024. 10. 27.

 말하자면 오래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데, 당시 중2었던 내가 아주 지독하게 앓았던건 남들 다 해본다는 중2병도 아닌 성시경이었다. (나이가 가늠될진 모르겠지만) 당시엔 너도나도 MP3에 2세대 아이돌 노래를 넣어 듣거나, 또는 소수의 인원들이 J-POP이나 힙합같은거에 빠져 지내던 시기라 '버터왕자'같은 닉네임으로 불리던 삼촌뻘의 발라드가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흔치 않았다. 당시의 내가 얼마나 성시경이라는 가수를 덕질하는 것에 진심이었냐면, 온 책상을 성시경 사진으로 뒤엎었다가 된통 혼나고는(*당시엔 '책상꾸' 같은게 유행이었다) 모든 사진을 큰 종이에 옮겨 테이블매트처럼 썼다던가, 미술 수행평가 과제 주제로 성시경을 고른다던가, 성시경 덕질로 배운 포토샵 기술이 날로 출중해져 나중에 실제 우리 부부의 웨딩사진을 편집하는데 쓸 수 있을 정도였다던가.. 셀 수도 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댈 수 있다.
 

 

중학생때 수행평가로 했던 성시경 동판화.. 미술 안하길 잘했다..ㅎ

 
 아무튼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다가 20대가 된 내가, 갑작스레 '야한 얘기'로 제 2의 전성기를 보내고, 30대가 되니 '술'과 '먹방', 그리고 '솔직함'으로 제 3의 전성기를 보내는 '내 가수'를 보는 일은 매번 상당히 당황스럽고 생소한 일이었는데 그렇게 인기를 얻던 성시경이 급기야는 '탁주'를 런칭했다고 해서 호기심을 갖고있었다. 호기심이 생겼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 정도였는데, 첫번째는 내가 20년이 넘는 시간을 덕질하면서 그가 사업을 하는걸 본 적이 없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런 첫 사업이, 그의 평생의 사랑인 소주가 아니라 탁주라는 점이었다.
 

경탁주 12도. 고급지고 깔끔한 디자인의 병. 질감도 마음에 든다.

 
 그렇게 런칭한 성시경의 탁주, '경탁주'는 성시경의 '경'을 따다가 만들었다고 한다.(물론 한자 자체는 다른 한자이지만) '공경할 경'을 써서 만든 '경탁주'는 성시경이 막걸리에 대한 애정을 담아 경건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만든 술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생 막걸리'인 만큼 묵직하고 진한 단 맛이 특징적인데 지난 번 '우곡생주'에서 겪어본 바로는 크게 취향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성시경'의 이름이 걸린 차에 한번쯤은 꼭 사먹어보고싶었다. 그리고 이런 덕질하던 이야기까지 내 스토리를 담아 블로그에 꼭 남겨두고 싶기도 했고.
 

경탁주 주문 상세 내역. 1개(2병)에 배송비 포함 31,500원.

 
 그렇지만 네이버스토어팜에서 팔때도, 이번에 새로이 런칭한 판매 사이트에서 팔 때도,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9to5 직장인에게는 11시에 광클로 술켓팅을 하기엔 경탁주는 너무 접근이 어려운 술이었다. 매번 들어갈때마다 '이미 품절'이라는 멘트로 고배를 마시기를 여러번이었어서 구매를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지인이 (마침 이 질문을 받은것이 오전 11시였다) '분자'라는 복분자주를 먹어봤냐고 물어봐서 찾아보던 참에 생각이 나서 경탁주 사이트도 들어가 보았는데, 찰나에 남아있던 물량(1~2분 정도 남아있었던 것 같다)을 구할 수 있어서 드디어 주문을 하게 되었다. 1인당 최대 1세트(2병)을 구매할 수 있고, 배송비까지 포함해서  31,500원에 구매했다. 배송비까지 다 해도 1병에 15,000원 수준이라는 거니까 그간 인터넷 배송으로 구매해서 먹던 '일엽편주'(청주/탁주 기준 1병 3만원 이상) 라던가, 아직 먹어보진 못하지만 최근에 핫하다는 '분자'(병 당 6.9만원)에 비하면 훨씬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택배 배송된 경탁주. 깔끔한 패키징에 신경쓴 느낌의 엽서가 들어있다.

 
 도착한 경탁주는 냉장보관 제품이기 때문에 아주 '선물처럼' 배송되거나 깔끔하고 멋진 쇼핑백을 함께 진 않았지만, 신경쓴 패키징에 고급진 디자인의 병이 선물용으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 할 일이 있을땐 종종 '일엽편주'로 선물하곤 했었는데, 주문이 어렵다는 점과 1병 가격이 선물치고는 상당하기때문에 두,세병 선물할 수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었는데 2병에 가격도 크게 나쁘지 않고 적당한 것이 언젠가 선물할 일이 생긴다면(명절 선물 등)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엽서 앞면은 인증서인데, 성시경의 싸인과 쌀 함유량, 품번이 담겨있다.
엽서 뒷면 맛과 질감, 페어링, 시식법에 대해 나와있다.

 

청주층이 거의 분리가 없고 진한 맛 때문에 탁주 스트레이트/온더락 두가지로 구분해 먹는 것 같다.

 
 아무튼 어려운 술켓팅?후에 드디어 경탁주를 시음해보았다. '지나치게 달다'는 의견이나 '너무 무겁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었는데, '우곡생주'를 염두에 두고 마신 바로는 그렇게 지나치게 달거나 지나치게 무거운 편은 아니고, 적당히 달고 적당히 무게감이 있어 'too much'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스트레이트로 먹을때는 단맛 위주의 맛이 나서 조금은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었는데, 온더락으로 마시니 부드러움이 한층 더해지면서 신맛과의 조화가 더 어우러져서 다음에 또 마신다면 개인 취향상 온더락으로 마실 것 같다. 간혹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 좋은 술을 '막사'로 칵테일 해먹거나, '꿀막걸리' 해먹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았는데, 칵테일 베이스로 발렌타인을 잘 쓰지 않듯이 좋은 술은 좋은 술만으로 마시되 취향에 따라 온더락이나 물을 조금 타서 먹는 것을 조금 더 추천한다.
 

 

챗지피티가 시각화해준 경탁주의 테이스팅노트

 
마지막으로, 탁주의 테이스팅노트는 적기가 애매하지만, 경탁주의 테이스팅노트를 나름대로 남기며 마무리한다. 
 
테이스팅 노트
색상 : 부드러운 유백색. 전통적인 탁주의 고운 느낌
아로마 : 부드럽고 깔끔하며, 쌀의 단맛과 구수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달콤한 과일의 향이 함께 느껴짐
테이스트 :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곡물과 발효 특유의 은은한 산미가 조화롭게 더해짐. 탁주의 깊이와 청량감이 느껴짐.
피니쉬 : 깔끔하면서도 살짝 남는 쌉싸름함이 있으나, 텁텁함 없이 가볍게 마무리됨.
질감 : 살짝

가격

2병 1세트에 배송비 포함 31,500원.
그 이후 두어번 더 구매를 시도해보았으나 11시 근처엔 구매가 가능해졌다. 물량이 조금 풀린게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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