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회식으로 먹기엔 조금 비싼 사케를 시켜 먹었었는데 먹어보니 맛이 깔끔+향긋하고 고급진 느낌이 들어서 꼭 한번 다시 사먹어야지 하고 다짐했던 술이 있었다(그리고 어김없이, 블로그 할 생각에 사진을 찍어 뒀었다.). 그런데 이틀 뒤에 또 술자리를 갈 일이 생겼고, 콜키지가 되는 일식당이었던 참에 내가 맛본 좋았던 술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데일리샷에서 픽업 요청한 후 그 좋았던 술, 월계관 준마이 다이긴죠를 챙겨 갔다.
이 술을 처음 시켰을 때(회식 자리에서), 월계관 한 병 주세요, 라고 했더니 '준마이요?' 라고 되물었다. 그제서야 메뉴판을 보니, 메뉴판에는 같은 월계관 사케이지만 월계관 준마이와 월계관 죠센, 월계관 준마이 다이긴죠가 있었다(그리고 나중에 찾아보니 월계관 츠키도 있었고_ 이건 아주 눈에 익은 생김새였다. 내가 먹은게 이것과 같은 계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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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율 | 70% 이하 | 60% 이하 | 50% 이하 |
주정 무첨가 | 준마이 | 준마이 긴죠 | 준마이 다이긴죠 |
주정 첨가 | 혼죠조 | 긴죠 | 다이긴죠 |
준마이, 준마이 긴죠, 준마이 다이긴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명칭이었지만 뜻은 잘 알지 못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집에 와서 조금 찾아보니 사케의 등급을 뜻하는 단어였다. 우선 '준마이'라는 것은 실제로 쌀과 누룩을 발효시켜서 만든 술의미한다. 그렇지 않은 것은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주정을 첨가하여 만든, 우리 나라로 치면 '참이슬'이나 '진로소주'같은 개념의 술이다. 그리고 이러한 준마이 사케는 정미율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데, 정미율 70% 이하(쌀알의 겉 껍질을 30% 이하로 깎아낸 것)는 그냥 준마이, 60% 이하는 준마이 긴죠, 50% 이하(쌀을 거의 50%까지 깎았다는 뜻, 쌀의 속알맹이만을 먹는것이다)는 준마이 다이긴죠라고 부른다. 물론 화학적 주정을 첨가했다고 하더라도, 쌀과 누룩을 발효시킨 것과 함께 섞어서 팔기도 하는데 그건 정미율에 따라 혼죠조, 긴죠, 다이긴죠 라고 부른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준마이 죠센 다루사케'는 엄밀히 말하자면 혼죠조 이다. 준마이도 아니고, 정미율도 낮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죠센(최고의 선택)'이라고 불리는 것은 이 술이 '다루사케(전통적인 목통)'에서 숙성된 것이라 그렇다고 한다. 말하자면 럼피니쉬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회식 얘기로 잠깐 돌아가자면, 우리한테(딱 봐도 회식 온 거니까) 준마이(싼거) 말한거죠? 라고 물어본거고, 우리가 먹고싶었던 건 준마이 다이긴죠(비싼거) 였던 것이다. 우리는 준마이가 아닌 준마이 다이긴죠를 두 병(17만원...) 시켜서 말끔히 비우고 기분좋게 돌아왔다.
일반적으로 사케를 시킬때는, '차게 해드릴까요, 따뜻하게 해드릴까요'하고 물어봤던 것 같은데 여름이라 그랬는지 이 술은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스버켓에 담긴 도쿠리가 함께 나왔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술은 차게해서(10도~15도) 마시는 것이 섬세한 맛이 가장 잘 살아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취향에 따라 살짝 데워서 마실수도 있다고는 하는데, 겨울이 오면 한번 시도해볼까 싶기도 하다. 이 술을 계기로(그리고 전에 지인 집에서 마셨던 닷사이를 계기로) 조금은 사케에 흥미를 붙인 것 같다. 막걸리 같은 쌀 술을 좋아하는 내게 잘 맞는 술 취향을 찾은 것 같다.
주류 정보
종류 : 준마이 다이긴죠
정미율 : 50%
용량 : 720ml
도수 : 16~17%
일본 주도(술의 단맛을 표현, 마이너스 일 수록 달다) : -5.0
산도(술의 신맛을 표현, 1~1.5가 일반적) : 1.4
테이스팅 노트
색상 : 맑고 투명한 색상
아로마 : 깔끔하고 청량한 첫 맛. 준마이 다이긴죠 특유의 정미된 쌀에서 오는 순수함. 사과, 배, 복숭아 같은 은은한 과일향과 단맛.
테이스트 : 복합적이고 우아한 과일향과 미묘한 꽃향기, 쌀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입 안에서 조화롭게 펼쳐짐. 우아하고 균형감이 뛰어난 맛.
피니쉬 : 여운이 길게 남지만, 무겁거나 지나치게 달지 않고 맑고 깨끗한 느낌의 은은한 감칠맛. 준마이 다이긴죠 특유의 우마미(감칠맛)이 마지막까지 은은하게 느껴짐.
특징 : 부드럽고 매끄러운 텍스쳐를 지니고 있으며 사케의 고급스러움을 잘 살린 맛.
가격 (Chat GPT 의견 포함)
데일리샷에서 픽업 한 월계관 준마이 다이긴죠는 4만원 정도였다. 사케이거나 위스키이거나, 주종을 막론하고 식당에서 파는 술들은 대부분 마켓 판매가의 두배 전후의 금액이 책정된다. 조주기능사를 할 때도 배웠지만 술을 낸다는 것은 상당히 신경 쓸 일이 많고(잔을 닦아서 물기나 먼지 없이 관리를 하는 등) 조금은 번거롭게 사람의 손을 타는 일이라서 비쌀 수 있다고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게에서 사먹는다는것은 내돈으로 먹기엔 '조금 비싼데'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내 돈으로 절대 안 사먹을 이 술을 회식 자리에서 8.5만원이나 주고 사먹었고, 그 다다음 날 같은 용량의 술을 데일리샷에서 4만원에 사오는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을 일이었다. 2만원의 콜키지 비용을 내더라도, 6만원 전후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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