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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기/위스키

이 맛이 바로 데일리 피트, 레칙 싱클레어

by 영육이네 2024. 7. 7.

 

레칙 싱클레어. 강렬한 붉은색이 인상적이다.

 

 지난 글을 올린 뒤로, 어언 두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 블로그 어딘가에 또 적혀있겠지만, 나는 정말로 술을 좋아하진 않는 사람이라서 (남편은 즐기고, 우리 부부가 함께 술을 모으지만) 술의 리뷰를 해야하는 이 블로그가 어딘가 숙제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렇게 블로그가 주는 부채감을 애써 모른척 하며 지내는 동안, '아 이 술 맛있다.' 라고 느꼈던 몇 안되는 순간(두달여 기간 동안 블로그를 쉬었으나, 고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들이 있었으므로 그 순간을 끄집어내어 또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내가 표현한 비유를 챗지피티에게 시각화해서 표현해달라고 부탁해봤다. 늘 고마운 챗지피티.

 

 처음에 이 술을 남편이 사왔을때, 강렬한 붉은색 위스키가 세련된 병에 담겨있어서 여자들이 좋아할것같단 이미지와,  '또 셰리피니쉬인가.' 하는 선입견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물론 셰리는 아니고 리오하 피니쉬라서, 그게 그거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 위스키는 정말 의외로 '피트 위스키'이다. 그러니까 굳이 비유해서 설명을 하자면, 소개팅 장소에 갔더니 소개팅남이 예쁘장한 빨간색 니트(자세히 보니 오렌지색이었고_이 부분이 셰리 피니쉬와 리오하 피니쉬의 차이랄까)에 흰색 스키니진, 얌전한 컨버스를 신고 등장했는데 몇 마디 대화를 해보니 사실은 매일같이 철인 3종경기 준비를 하고 취미로 킥복싱을 배우는 해병대 출신의 상남자인 그런 느낌? 인 것이다.

 

 남편은 여러가지 위스키를 모으는 사람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피트 위스키를 모으는 편이다. 피트가 재생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고 알려져있는데(식물의 잔해, 주로 이끼와 수생 식물이 산소가 부족한 습지에서 분해되지 않고 쌓이면서 형성된다. 1cm의 피트를 형성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릴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이를 사용하는 피트 위스키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면서, 피트 자원이 고갈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피트 위스키를 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피트만 보면 '한 병 사둘까' 하는 욕심이 계속 생기는 것이다.

 반면에 나는 피트 위스키에는 별 흥미가 없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피트 위스키 특유의 요오드 향이 나는 것을, '소독약' 맛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피트가 남자의 술이라는것도, 바다의 맛이라는것도(짜긴 짜다만), 회랑 잘 어울린다는 것도 도통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챗지피티+포토샵으로 시각화 한 청량한 하이볼 이미지.

 

 그런데 이 술을 리뷰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이 술로 만들어서 마셨던 하이볼이 깔끔하고 짭짤한 것이 최근에 마셔본 것 중 가장 취향에 맞았기 때문이다. 하이볼이라는 게, 흔히 알려진 달달한 토닉이나 진저에일을 타서 마신건 아니고, 단순하게 탄산수(탄산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와 레몬즙, 그리고 레칙 싱클레어 15ml만 탔을 뿐인데 깔끔하고 밸런스가 좋은 그러면서도 짭짤한 감칠맛이 입안에 감도는 훌륭한 술 한잔이 되어 놀라웠다. 그리고 그게 내가 이 리뷰의 제목을 '데일리 피트' 라고 지은 의미이다. 다른 피트에 비해 밸런스도 좋고 피트 특유의 요오드 향이 적은 탓인지 깔끔하고, 부담없고(도수와 칼로리 모두) 여름에 한 잔 그리고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욕조에서 몸을 데운 후에 마시기 좋은 데일리한 피트 위스키로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챗지피티가 시각화 한 레칙(Ledaig)의 느낌.

 

 추가적으로, 이 술의 이름을 읽을 줄 알면 위스키 고인물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독특한 이름인 '레칙(Ledaig)'은 사실 이러한 피트/언피티드 특성과도 약간의 연관성이 있다. Lediag: 레칙. 게일어로 편안한 안식처(안전한 항구, 피난처) 라는 뜻이자, Tobermory 증류소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은 하나의 증류소에서 두가지 브랜딩을 한 술인 레칙(Ledaig)과 토버모리(Tobermory) 술이 전부 판매되고 있는데, 레칙은 피트 위스키, 토버모리는 언피티드 위스키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이름의 의미까지 알고 났더니 더욱 더 마음에 든다. 내 마음에 들어온 이 '데일리 피트'가 '편안한 안식처'라는 의미까지 안고 있다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 편안한 새 친구의 테이스팅노트와, 판매가를 남기고 리뷰를 마쳐본다.

 

 

레칙 싱클레어의 테이스팅노트를 챗지피티를 통해 시각화한 모습.

 

 

테이스팅 노트

색상 : 루비 레드. (Rioja Wine Cask Finish)

아로마 : 터키쉬 딜라이트, 장미꽃, 절인 과일, 포도, 가죽, 후추, 초콜릿.

테이스트 : 크리미한 질감에 아몬드, 보리, 달콤한 몰트, 후추 맛이 느껴지며, 검은 라즈베리, 바닐라, 코코아, 시나몬 향이 뒤따릅니다.

피니쉬 : 스모키한 피니시와 함께 붉은 과일과 바다 내음이 길게 남습니다.

질감 :  냉각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아 풍부하고 진한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마시면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확실함. 다양한 맛과 향이 조화를 이루어 균형 잡힌 시음 경험을 제공.

 

가격 (Chat GPT 의견 포함)

챗지피티의 판매가 조사 결과

 

데일리샷에서는 69,900원. 남편은 경주 홈플러스에서 74,900원에 구매했다고 한다. (아이고 아무튼 내돈내산)

 

약간 눈물이 날것같은 내돈내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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